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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 홀로 베트남 종주기] 어지럽게 스무살 어렵게 스무살 part. 2

part. 1 읽기

돈도 모였겠다...

 

80만 원과 저축해둔 약간의 현금을 모으니 백만 원 정도였다.

목적지는 없었지만 목적은 확실했다. 사진여행. 대학에서 전공/비전공을 늦은 시간 지하철 막차 시간까지 매일 공부해봤고, 만족은 못했지만 전액 장학금과 그럭저럭 결과도 냈다. 하지만 사진 분야에서 내가 '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툭 터 놓고 말해, 우습게 봤던 지역구 공모전도 모두 실패했고 원인을 고민했다. 고심 후 내린 해답: 사진을 덜 찍어봤기 때문이 아닌가. 사진을 질리도록 찍어봐야겠다.

 

일본은 기본 물가와 교통비가 비행기 삯과 비슷했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고, 저렴한 동남아로 눈을 돌렸다. 동남아 중에서 문화·사회·역사적으로 또 개인 경험으로 베트남이 가장 사진 찍기 좋다 생각했다.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고, 사진을 찍어도 괜찮습니까? 라는 요청에 모두 환한 웃음으로 요구를 응해줬던 기억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티켓은 베트남 현지 저가항공, VietJet. 출발은 인천에서 호찌민 시티(이하 HCMC), 귀국행은 하노이에서 대구공항이었던 것 같다. 왕복 35만 원을 안 넘었다. 

 

 

짧은 정보: 베트남 전쟁 종전 전 공산국 북베트남의 수도는 하노이, 남베트남의 수도는 사이공이었다. 하지만 남베트남이 패망하고 사이공이라는 이름 대신 당시 공산국 지도자의 이름 호치민을 따서 도시의 이름을 바꿨다. 나는 HCMC부터 출발해 해안 도시를 잇는 철로길 따라 상승하는 여행을 했다.

 

짐 꾸리기

 

아직도 선명히 기억난다.

  • 칫솔
  • 치약
  • 폼 클렌징
  • 상의 셔츠 두 벌
  • 바지 두 벌
  • 속옷 두 장
  • 양말 두 켤레
  • 니콘 D700
  • AF 35mm f/2 non-D
  • AF 180mm f/2.8 non-D
  • AF 50mm f/1.8D
  • 니콘 F4, SB-25
  • 시네스틸 800T 한 롤
  • 후지필름 C200 여덟 롤
  • D700 여분 배터리 두 개
  • 카본 삼각대

운동화는 나이키 에어. 무려 흰색. 사진 장비가 옷보다 많았다. 걸어 다닐 시간이 많다 생각해 가볍게 꾸린 짐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상비약 하나 안 챙긴 준비성에 어이가 없다. 전날 짐을 싸고, 다음 날 새벽에 인천공항행 버스를 탔다.

 

인천행

 

대구-인천공항 행 새벽 버스
인천 공항이 처음이었다.

 

이른 아침 사람들이 많았다. 흡연구역이 실내외 가릴 것 없이 넓고 쾌적했다.

 

 

카메라 두대를 목에 두르고 뒤에 가방 하나, 손에는 여권과 티켓

 

비행기 타러 가는 길

 

자연채광이 고루 들어오는게 참 좋았다.

 

 

설렜다

이륙

자리는 비좁았지만 밥이 맛있었다. 또 비행 시간이 네 시간을 넘지 않아서 상관없었기도. 

 

비행기 창 밖

 

밑에 보이는 작은 구멍이 무슨 무슨 원리로 무슨 무슨 작용을 한다더라

 

론리 플래닛의 여행 가이드 책 한 권으로 계획한 여행이라 항상 손에 들고 다닐 용으로 매 순간 참고했다.

 

 

만년필

스무살 두 학기를 모두 노트북 하나와 만년필 하나 노트 한 권으로 해결했다. 강의 필기도 만년필로 일기도 만년필로. 이때부터 유별나게 돈만 더 나가는 이상한 아날로그 취미에 맛들이기 시작했다. LP플레이어까지 안 간 게 다행. 

비행기에서 일기 몇줄 적으려고 꺼낸 펜촉이 갑자기 검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손과 책에 묻은 잉크. 급한 대로 캡을 닫았지만 손은 엉망이 됐었다. 착륙하고 알아보니 비행 고도에서의 기압과 펜 내부 기압차로 인한 현상이라고. 비행기에서만은 볼펜을 쓰기로. 

 

이동수단부터 숙소까지 없는 정보가 없는 든든한 국밥같은 책

 

착륙

호치민 시티, HCMC공항의 규모는 컸다. 대구공항 정도. 공항에서 환전하고 현금을 가방 구석에 쑤셔 넣었다. 어차피 사진 장비가 모두 담긴 가방이라 항상 매고 다닐 생각이어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고온다습한 기온은 정말 베트남이었다. 

입국 심사를 하고 곧바로 나와 택시 대신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공항에서 운행하는 버스라 우리 돈으로 오백 원이 안 넘는 돈으로 이동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행객들은 버스의 존재조차 잘 모르는 듯했고, 버스는 현지인 몇 명을 빼고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중간중간 정차지점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안내가 없어 긴장한 채로 휴대폰 지도를 보며 내릴 곳을 확인했다.

 

 

공항-호치민 시내 버스 내부. 깔끔하고 넓었다. 냉방 시스템은 확실했다.

 

버스 창 밖 풍경

 

버스에서 내리고 시내의 중앙 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못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필름 촬영, 후지필름 c200

 

이 사진도 필름

담배

2022년 1월 기준 금연한지 반년이 넘었지만, 원래 애연가였다. 혼자 있는 날은 하루 한 갑, 아닌 날은 0.7갑 정도. 일본처럼 흡연에 관대한 문화이길 바랬는데 다행히 이곳은 흡연자에게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대놓고 금연 구역이라 표시하지 않은 한, 어디든 흡연을 할 수 있었고, 모두들 그렇게 했다. 편하게 생각날 때마다 한 대, 두 대...

 

그렇게 공원을 산책하던 중 아래 사진처럼 긴박한 상황도 구경할 수 있었다. 

 

쥐 맞다.

 

맨발 조깅을 많이 하더라

 

정말 건강하게 생겼다.

 

니콘 F4, 180mm, 후지필름 C200

 

 

고양이보다 개가 많아서 개 사진이 좀 많은 느낌

 

여기도 개

 

 

 

HCMC의 '여행객 골목'(Backpacker's street) 첫날의 숙소, Blue River Hotel 간판이 멀리 보인다. 필름으로 촬영

 

숙소 계단

밤거리 구경

종전 전 자유민주 진영, 남베트남 수도였던 HCMC은 화려한 밤문화를 갖고 있다. 클럽과 골목 구석구석은 외국인들로 가득하며 여기저기 대마와 이산화질소 풍선을 마시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덥석 덥석 팔을 잡아 놀라게 하는 매춘부들의 호객행위도 조심해야 한다. (한국은 속인주의 국가이니, 분위기에 취해 범법을 저지르지 말자)

 

시끄러운 클럽 음악 속 신나게 춤추고 소리 지르는 여행객들의 모습은 금방 질렸다. 그러던 중 기념품 가게에 앉아, 물건을 파는 분인지 아니면 가게를 지키고 있으신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간단한 의사소통으로 가게에 들어가 사진 촬영 양해를 구하고 몇 장 찍었다.

 

 

가게 밖에서부터 내가 가게를 나올 때까지 계속 이 자세로 앉아 계셨다.

 

우측에 헬스장 (G Y M) 흰색 네온사인이 보인다. 네온 사인 위로 보이는 사이클 머신.

걸으니 출출. 해물 라면과 맥주

걷다보니 정신없는 거리 때문일까, 금방 출출해졌다. 이곳의 식당은 현지 물가가 아닌 여행객을 노린 물가라 대충 저렴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테이블

 

주문하신 해물라면입니다.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과 남성 호르몬 분비에 도움되는 브로콜리 한쪽이 데코마냥 국물에 빠져있다. 정말 음식 맛 없다고 투정 부리지 않지만 '해물라면'이라는 타이틀치고는 맛 없었다. 맥주가 더 맛났지. 시원한 하이네켄 병맥은 기가막혔다.

 

 

첫날이라 피곤하기도 해서 일찍 들어갔다. HCMC의 시장, 박물관, 미술관, 역사관을 보려면 일정이 빠듯했다. 

 

내가 묵은 Blue River Hotel의 더 많은 사진은 여기에. 지금은 리모델링 됐다. 

호텔보다 도미토리에 가까운 숙박업소다.

 

여행객들의 골목 풍경

 

네덜란드에서 온 룸메. 생각해보니 결국 이 날 다시 나가서 새벽에 들어 왔다. 다시 나갈 때는 사진 찍을 용이아니고 놀러 나간 거라 카메라를 두고 나갔다. 그래서 사진이 없다. 술집에 맥주와 칵테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와 머지않아 군대를 가야하는 내 처지를 한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 분과 거리를 걷다 매춘부가 내 팔을 잡고 "오빠! 놀고가~"하며 호객 행위를 하니 190cm가 넘는 거구였던 룸메가 매춘부의 팔을 떼어줬다. 그 이후 비닐에 소분된 대마를 호객하는 장사꾼들도 멋지게 밀어내 주고. 국밥처럼 든든한 친구였다. 다만 키가 너무 커서 내가 한 없이 작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친구의 시야가 궁금했다. 얼마나 멀리 보일까... 사진은 다음날 아침 헤어지기 전에 한 장.

HCMC, 다음날 아침

공원은 한산했고 오전 햇살은 너무 따뜻하고 싱그러웠다. 좋았다.

 

초록초록하고 깨끗한 거리가 너무 좋다. 곳곳에 있는 쓰레기통은 정말 최고다.

 

밤과 낮이 이렇게 다를 수가

벤탄 시장 (Ben Thanh Market)

시계탑 아래가 벤탄 시장 입구다. 대구의 서문시장과 비슷한 느낌

 

첫째날에 못 봤던 고층 빌딩

 

벤탄 시장 입구. 오전부터 사람이 가득했다. 우측에 보면 수프림, 사이고니아(HCMC의 옛이름이 사이공), 리바이스가 보인다.

 

주로 의류를 판매하는 듯 보였다. 베트남은 다양한 미국 의류 기업들의 옷을 생산한다. 퓨마, 노스페이스, 나이키, 아디다스 등등. 그래서 그런가, 짝퉁 퀄리티가 장난 없었다. 다만 가격도 확실히 현지 가격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의류만 판매하지는 않는다.

 

 

코로나가 한창인 요즘의 풍경도 궁금하다.

 

 

주택가 풍경

 

 

베트남의 스타벅스, 하이랜드 커피에 들어가 일기 몇줄 적고 에어컨 바람좀 쐬며 땀을 식혔다.

part. 3 는 여기에

 

 

35mm렌즈로 촬영한 사진들이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든다. 24mm를 처분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