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빈스
개인적으로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중학생 때부터 영화관에 가면 관람한 영화 포스터는 화일집에 조심히 넣어 수집했고,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가 개봉하면 아이맥스로 가 같은 영화를 3번, 4번까지도 봤다. 영화는 정교하고 복잡한 창조물이다. 색감, 구도, 스토리, 음악, 인물의 연기, 현장감 등등 수많은 요소들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제 역할을 할 때, 영화는 감독의 의도대로 만들어지고, 그 의도가 관객에게 정확히 전달되는 과정은 아름답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리고 나는 영화를 보며 사진을 공부한다.
영화 촬영은 모든 것이 통제된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심지어 통제할 수 없는 자연광을 활용할 때도 적합한 기후와 지형을 찾고 기다리기 위해 연단위로 시간을 쓴다. 인공광으로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다. 요즘 평균 할리웃 영화 제작 예산이 724억이라고 한다. 거대 자본과 충분한 상상력만 있다면 어떤 장면도 연출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놀란 감독은 영화 인터스텔라 촬영을 위해 한화 1억 1천만원을 들여 옥수수 밭 부지를 구매해 실제 옥수수를 길렀다.
인터스텔라의 제작 예산은 1,837억원이다.
또 디테일에 신경 쓰기로 유명한 히치콕 감독의 '이창' (1954)의 세트는 당시 파라마운트 픽쳐사에서 만든 세트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오직 촬영을 위해 지어진 31개의 아파트 중 8개는 촬영을 위해서 실제 가구를 들여놓았고, 사실감을 위해 50명의 인부를 투입해 31개의 모든 아파트에다 전기와 수도를 연결했다.
컴퓨터 그래픽이 발전한 지금, 그들이 화면에 담지 못할 장면은 없다.
그리고 이렇게 큰 대형 자본으로 조명과 세트장까지 정교하게 설계하는 그들에게, 카메라의 화각이나 구도, 심도는 깊은 고뇌를 거친 후에 장면에 적합한 것들로 선정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촬영 감독이 어떤 장면에서 어떤 감정과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무슨 화각을 선택했고, 어떻게 색감을 조정했는지 신경 써서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광각을 선택했다면, 그건 분명 광각이 주는 특별한 느낌이 있기에 광각을 선택했을 것이고, 그들이 초록색이 영화의 전체 톤이 되도록 만들었다면, 그 또한 초록색이 가장 영화를 잘 표현하는 색이기에 초록색을 선택한 것이다.
화각 선정에 관한 예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 죠스, 쉰들러리스트 등을 감독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화면에 나오는 배우들의 행동과 몸짓을 더 담아내기 위해—이는 관객들이 장면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또, 깊은 심도로 표현된 배경이 주는 현장감을 위해, 21mm 화각을 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색은 어떠한가, 파란색은 기술력을, 황금색은 사치와 향락을 위해, 오렌지색은 위험을 주로 표현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의 장면을 다시 보며; 화각이 광각인지, 망원인지, 표준인지 생각해보라. 또 어떤 색이 지배적인지 확인해보라. 감독이 왜 광각을 썼을까? 왜 파란색을 지배적인 색으로 만들었는가? 이 장면에서 광각 대신 표준렌즈를 쓰면 어떤 효과가 날까? 지배색이 파란색이 아닌 붉은색이라면?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는가?
이런 질문을 던져가며 영화를 보면 사진 공부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마무리
명작 영화의 조명, 구도, 색감, 인물 배치 등 수많은 요소들은 사진가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시간이 난다면, 영화 한 편 보며 사진 공부를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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