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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I learned

흰셔츠 세탁법

2년 만이다. 디지털카메라에 배터리를 넣었다. 셔터감을 느끼기 위해 몇 장 찍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카랑카랑한 기계의 손맛. 이 느낌이 좋아 사진을 했던가. 메모리카드 속 사진을 넘기다, 입대 전에 찍었던 몇백 장의 사진을 쭉 훑어봤다.
아. 금연한지 이제 2달이 넘었건만, 씁쓸한 담배 한 대가 생각났다.

오랜만에—내 얼굴을 포함한—잊혀진 얼굴들을 봤다. 별 감정은 없다. 감정의 영역이 아니기에. 생각 없이 읽어 내려간 신문의 한 구석에서 발견한, 한동안 잊고 지낸 시사상식을 다시 본 기분. 미온의 물에 적당량 식초를 풀고, 흰 셔츠를 담가두면 표백효과를 볼 수 있다—와 같은.

머지않아 피차 중요치 않음을 깨닫는다. 속절 없는 시간을 느낀다. 참, 궁상맞다.

F4, 35mm f/2, FUJIFILM C200


해가 바뀔 수록 다른 사람이 됨을 느낀다. 자극은 줄고 재미도 없다. 거미줄처럼 뻗어가던 인간관계는 가랑비 같은 나의 변덕에 덧없이 찢기고 끊어졌다. 아쉬움조차 없어 씁쓸하다.

끈적하게 엉키고 엉킨 거미줄, 발버둥 쳐도 다가갈 수 없음을 알기에. 애처로운 몸짓은 모두를 어지럽게 흔들뿐이다.

찢긴 거미줄을 뒤로하고, 빗물 고인 웅덩이에 드러누워, 하늘을 지붕삼아, 몸에 묻은 실타래를 씻길 비를 기다린다.
하늘이 우중충하다. 폭우가 오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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