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이다. 디지털카메라에 배터리를 넣었다. 셔터감을 느끼기 위해 몇 장 찍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카랑카랑한 기계의 손맛. 이 느낌이 좋아 사진을 했던가. 메모리카드 속 사진을 넘기다, 입대 전에 찍었던 몇백 장의 사진을 쭉 훑어봤다.
아. 금연한지 이제 2달이 넘었건만, 씁쓸한 담배 한 대가 생각났다.
오랜만에—내 얼굴을 포함한—잊혀진 얼굴들을 봤다. 별 감정은 없다. 감정의 영역이 아니기에. 생각 없이 읽어 내려간 신문의 한 구석에서 발견한, 한동안 잊고 지낸 시사상식을 다시 본 기분. 미온의 물에 적당량 식초를 풀고, 흰 셔츠를 담가두면 표백효과를 볼 수 있다—와 같은.
머지않아 피차 중요치 않음을 깨닫는다. 속절 없는 시간을 느낀다. 참, 궁상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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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뀔 수록 다른 사람이 됨을 느낀다. 자극은 줄고 재미도 없다. 거미줄처럼 뻗어가던 인간관계는 가랑비 같은 나의 변덕에 덧없이 찢기고 끊어졌다. 아쉬움조차 없어 씁쓸하다.
끈적하게 엉키고 엉킨 거미줄, 발버둥 쳐도 다가갈 수 없음을 알기에. 애처로운 몸짓은 모두를 어지럽게 흔들뿐이다.
찢긴 거미줄을 뒤로하고, 빗물 고인 웅덩이에 드러누워, 하늘을 지붕삼아, 몸에 묻은 실타래를 씻길 비를 기다린다.
하늘이 우중충하다. 폭우가 오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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