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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I learned

마가렛트 스트레스

짜증 나서 마가렛트 한 봉지 깠다.

안에 과자 두개 들었다.

하나를 무자비하게 입에 넣고 오물오물 먹었다.

 

'와, 진짜 너무 맛있다... 뭐지?'

 

 

과자가 예상한 것보다 너무 맛있다.

 

바삭한 식감이 부드러움으로 바뀌는 순간, 입안 가득 고소한 풍미를 머금은 단내가 퍼진다.

대단하다. 과자 하나 먹었다고 야밤에 거실에 우두커니 서서 육성으로 감탄사 뱉었다. 이것도 좀 대단하다. 

키위 드레싱 소스 묻은 닭가슴살이랑 초록색 이파리 (샐러드), 플레인 요거트, 마지막으로 바나나만 며칠 째 먹다 보니까 미각이 예민해졌겠거니.

 

생각해보니 과자 하나 먹었다고 야밤에 거실에서 육성으로 감탄사 뱉은게 너무 어이가 없다. 

 

뒤늦게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후회. 

후회도 늦었고 먹은 시간도 늦었다.

 

죄책감에 남은 하나는 다시 요람 속 아기 예수마냥 봉투에 넣었다. 

 

내일 공복에 프로틴 셰이크랑 같이 먹어줄 예정이다. 

 

아침이 오면 이 맛있는 과자를 다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게 한다.

 

작은 과자 한 봉지가 이렇게 큰 행복을 주는데. 다 큰 어른들끼리 왜 서로 힘들게 할까?

이 한 봉지에는 두 번의 행복이 들어있다. 얼마나 행복하냐고? 꼭두새벽에 감탄사를 뱉게 하고, 잠 안 자고 짧은 에세이를 쓸 영감을 한순간에 떠오르게 할 정도로 행복하다. 마치 뇌에 작은 번개를 맞은 듯 행복하다. 그리고 이런 행복이—아직 한입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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