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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 공랭식 포르쉐 - 방현희

https://www.youtube.com/watch?v=QtiBIWK65bo 

2018 제 42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내 마지막 공랭식 포르쉐 - 방현희

 

소설에 등장하는 1989년 964모델, Carrera 4

 

요즘은 공부에 시간을 더 많이 쏟아야 하기 때문에 모든 블로그의 글을 최대한 간결히, 중요한 말만 적는 스타일로 바꾸겠다. 작성 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포스트의 스타일 부분을 좀 더 신경 쓰려한다. 


직접 밑줄 그은 문장

고장 나는 곳이 또 고장이 나면 그 차는 버려야 하는 것이지. 그러나 녀석은 고장 난 곳이 매번 다시 고장 난다는 것을 모르는 척했지. 미친다는 건 그렇게 남김없이 탕진하는 거니까.

줄거리

평소 뒤치다꺼리를 해주던 친구가 고속도로에서 우중 운행을 하다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친구의 와이프는 남편의 목숨을 앗아간 차량이 꼴 보기 싫다는 듯 주인공에게 차량을 넘긴다. 카센터에서 정비공으로 일하는 주인공은 정성껏 차량을 고치고 직접 운행하며 포르쉐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정도가 심해져 집착에 가까워진다. 결국 현실의 소리는 외면하고 포르쉐 엔진음에만 귀 기울이는 주인공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소설은 끝난다. 

 

감상

운전. 즐겁다. 한여름 새벽 두 시, 고요한 부산 광안리 지하도로, 바닷바람을 위해 선루프를 열고, 심심하지 않게 노래 틀고. 지하도로에 공명하는 유일한 엔진소리의 통제권을 쥐고 있는 기분. 발끝과 손끝으로 전달되는 자유의지의 실현은 순간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환상을 준다. 짜릿하다. 좁아진 시야 끝에 신호등이라던가 아침해라던가 현실이라던가. 가끔 느려지기도 멈춰지기도 한다는 사실은 얌전히 조수석에 앉아 불안한 핸들에 시선을 거둔 적 없지만. 

 

작중 사망한 친구처럼 비오는 날 굳이 해안도로에서 위험한 질주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앞유리를 거칠게 때리는 빗소리와 미끄러운 노면 위를 불안하게 질주하며, 죽음과 나란히 운명의 외줄 타기를 하는 사람들. 짜릿함이라던가 과시욕을 위해 RPM을 올리는 사람들이 아닌, 염세주의에 찌든 사람들. 지긋한 내일을 마주하기 싫어진 사람들.

내 마지막 공랭식 포르쉐는 죽음의 실제를 앞유리 너머 엿보고 싶은, 우울한 사람들의 이야기. 


도로 위 난폭운전은 안 돼요!

물질에 대한 잡담

개인적인 드림카! 꿈은 크면 좋으니까. 결혼하고 가족과 함께 캠핑 다니고 여행 다닐 용도로 볼보 대형 SUV 한 대, 가끔 혼자 드라이브 다닐 용으로 현대 벨로스터 한 대. 벨로스터로 가끔 서킷도 달리고 싶다. 매달 적금 200만 원 넣으면 10년 안에 다 해결 가능하다는 단순한 계산이 나왔다. 집은 언제 구할 것이며 생활비는 안 쓸 것인가. 얼마큼 열심히 살아야 월소득 700만 원을 넘기나...

 

직장인이 소득 500만원 넘기는 것도 정말 대단하고 보기 드물던데...

스무 살 때 다니던 지역 사진 동호회에서 연봉 1억이 넘는 분과 잠깐 교류를 할 수 있었다.

서른 중반. 병원에서 물리치료한다 했었다. 차는 독일제 스포츠카. 매달 와이프분에게 생활비 700만 원 송금하던 분. 혼자 외박하고 낚시 다녀도 구박 안 하는 와이프가 좋다던 분. 트렁크에 오만 원권 다발과 함께 고급 카메라들, 낚싯대들이 굴러다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모임이 끝나고 대학 후배니까 특별히 인생 이야기해준다며 늦은 밤 드라이브 다니며 진지하게 진로 조언해주던 분.

결론은 인문대 취업해도 고소득을 벌기 힘드니, 정말 돈 많이 벌고 싶다면 자퇴하고 재수 기간 신경말고 한의대 진학하라는 말씀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남들이 전혀 시도조차 안 하는 분야에 뛰어들어가서 독보적인 위치를 잡으라고. 

소설을 읽으며 그분이 떠올랐다. 뭐랄까. 그 뒤로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모임에 나가지 않아 더 이상 교류는 없었다만. 소설에 묘사된 등장인물들의 감상이 꼭 스무 살 때 인생 조언해주시던 그분과 닮은 느낌. 물질적으로 입이 벌어질 만큼 여유로웠지만 눈동자와 태도에서 느껴지는 묘한 염세주의. 남 시선을 위한 과시가 아닌, 소유한 물질에 관심조차 없던. 차량과 돈다발과 카메라들이 무안하게 보일 정도로. 갓 스무 살이 뭘 이해하겠냐만은, 가족들을 묘사하는 느낌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고독하고, 약간은 슬픈 사람처럼.

 

생각해보면 그분과의 기억도 오늘의 나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성공관과 소득에 관한 부분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지만, 어떻게 성공을 추구하는 동시에 물질에 차가운 태도를 가질 수 있는건지···, 어떻게 풍족하면서 염세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이런 질문들의 해답을 고찰하며 무엇이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고, 무엇이 사람을 슬프게 만드는지. 깊이 있게 고민했다. 결국 그런 시간들은 천천히, 감정을 휘어잡는 생각과 사건들을 식별하는 능력을 길러줬다.

 

슬퍼하지 말고. 우울해하지 말자. 웃고 사랑하고 웃고 사랑하고 웃고. 감정은 주변 온도에 의해 천천히 달궈지고 천천히 얼어붙는다.

추운 사람만 있다면 가만히 집에 있는 것도 내 감정을 지키는 방법. 코시국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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