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음악을 듣고
비스듬히 다른 생각을 하고
넌 내 외로움 위에 앉아
우리는 같은 영화를 보고
비스듬히 다른 생각을 하고
넌 내 버거운 맘을
언젠가 넌 나를 그리워하지
않는 날이 오겠지만 괜찮아
(너와 내가 듣던 음악이 지겨워질 때
니가 떠나면 아마 나는 많이 울겠지만)
언젠가 넌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날이 오겠지만 괜찮아
(너와 내가 보던 영화가 지겨워질 때
생각해보면 그닥 나쁘지만은 않을 거야)
우리의 이별이 궁금해질 때
괜히 너의 머릴 쓸어넘기면
넌 날 괜찮아지게 해
우리의 흔적이 무서워질 때
괜히 너의 어깰 깨물어보면
넌 날 괜찮아지게 해
언젠가 넌 나를 그리워하지
않는 날이 오겠지만 괜찮아
(너와 내가 듣던 음악이 지겨워질 때
니가 떠나면 아마 나는 많이 울겠지만)
언젠가 넌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날이 오겠지만 괜찮아
(너와 내가 보던 영화가 지겨워질 때
생각해보면 그닥 나쁘지만은 않을 거야)
언젠가 넌 그 영화를 볼 때에
나를 떠올리지 않아도 좋아
언젠가 넌 그 음악을 들을 때
나를 떠올리지 않아도 좋아
우리는 같은 음악을 듣고
비스듬히 다른 생각을 하고
넌 내 외로움 위에 앉아
최근 공개된 따끈따끈한 신곡이다. 박소은님(누나다...!) 노래 들으며 드라이브 하다 안구에 습기차서 와이퍼로 닦은게 한두번이 아니다.
흑흑너무슬펑
로마 제국, 사랑?
이 노래를 들으며 샤워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원할 것 같던 로마 제국도 결국 시간 앞에 멸망했지.'
'수많은 철학가, 수학자, 과학자, 위대한 황제들도 제국의 영원을 이루지 못했어'
'그런 위대한 과거의 제국에 비하면 작은 개인에 불과한 내가, 인연이나 사랑이 영원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건, 미친 생각이 아닐까?'
1000년의 역사를 가진 로마제국. 100년을 넘길지 모르는 인생. 10년을 넘기기 힘들 사랑.
주호민 작가는 말했다. 우리나라 부부 5쌍이 맺어지면 2쌍은 이혼한다고. 그래서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5개의 낙하산 중 2개는 펴지지 않을걸 알면서 뛰어내리는 것과 같다고. 공수부대에서 1/1,000의 낙하산 산개 불량률도 치명적이다. 그런데 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까? 학습된 자기 낙관주의에 빠진 걸까? 어떤 근거로 배우자가 될 사람과 자신이 3/5에 해당한다고 믿는 걸까? 5년 뒤, 10년 뒤보다는 당장 한 달 뒤 '부부'라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 중요한 걸까? 현재가 행복해 다가올 불행은 예측도 하기 싫은 걸까?
샤워하다 떠오른 질문들은 며칠간 밤잠을 방해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어설픈 가설을 세웠다. 불행의 존재를 과소평가하기 때문이 아니다. 불행을 감수할 수 있기에, 용기 내어 사랑하고, 결혼한다.
불행을 감수할 수 있기에
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 괴롭지 않은 이혼도 없다. 이별은 육체적 고통을 준다. 호흡이 힘들어지고, 숨이 가팔라지고, 탈진할 듯 눈물을 펑펑 흘린다. 꽤 아프다. 상대가 죽은 것도 아닌데, 서로 그것보다 못한 취급을 한다. 한 순간, 서로를 가장 잘 알던 사람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인간이 겪는 경험 중 가장 비극적이다. 또 서로 새로운 상대를 만나면, 둘만의 기록은 개인사에서 지워야 할 것이 된다. 과거 로마 제국부터, 근대 공산주의 국가까지, 존재하는 가장 무서운 형벌 중 하나인: 기록 말살형. 형식을 구분하지 않고 역사에서 사라진다.
이렇게 끔찍하고, 잔인하게 고통받을 걸 알면서도, 상대가 그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 믿기에, 용기 있는 사람들은 오늘도 사랑한다. 참 합리적적인 대가다. 어쩌면 이별 후 힘든 이유는 재회 하고 싶기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그러니 슬픔, 우울이 찾아 오는 건 자연스럽다. 자부해도 된다. 상대에게 진심이었다면. 떳떳해도 된다. 부끄럼 없는 순수한 사랑이었다면.
그러니까—어쩌면 사랑은 남는 장사가 아닐까?
이 노래는 그런 느낌을 준다
우리의 이별이 궁금해질 때
괜히 너의 머릴 쓸어넘기면
넌 날 괜찮아지게 해
우리의 흔적이 무서워질 때
괜히 너의 어깰 깨물어보면
넌 날 괜찮아지게 해
유한함 속에서 발버둥 치는 영원한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여름 짧지만 찬란히 빛나는 은하수가 가장 아름다운 것처럼.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박소은님의 노래가 좋다. 공연 보러 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