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는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 작년에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자리에 있었다.
물론 만남은 언제나 즐거웠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았다. 진심으로 즐기지 못했다. 어울리는 순간에도 초조했다. 지금은 사람을 잘 만나지 않는다. 할 일들이 우선이다. 먼저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다. 너무 고맙다. 다가와준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 먼저 손 내밀어 준 사람들 모두 좋은 사람들인 걸 알아도, 이미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지인으로서 형으로서, 동생으로서, 친구로서—제 역할도 못하고 있다. 서운하다면 미안해. 서운하지 않다면 고마워.
바쁘게 사는 이유는 물질적인 것 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기에. 돈이나 집이나 차보다 시간을 갖고 싶다. 사회에서 공인하는 고급 인력이 되고 싶다. 능력에 따라 하루 한 시간을 일하고 23 시간을 내 시간으로 만들 수도, 하루 10 시간을 일하고 3 시간을 내 시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삶에서 부족하면 안 되는 것은, 돈도 인맥도 아닌 시간이라 생각한다. 여유가 있어야 책을 통해 깊이 있는 지성을 갖출 수 있고, 여유가 있어야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다.
재물과 여유가 서로에게서 독립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상관관계는 분명하다. 돈이 없으면 여유도 없다. 돈이 있으면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마음의 여유는 적당한 재물의 충분조건이다.
2. 끊은 담배는 가끔 강하게 생각난다.
카멜 필터. 거친 목넘김과 두 모금 정도 피면 온 신경이 저릿한 담배.
3. 가끔 타인의 부끄러운 생각이 너무 훤히 들여다보일 때가 있다. 대게 모른척하는 편이다.
채근담에서 읽은 내용이다. 바보인 척하는 게 때로는 편하다고. 아, 세상 편하다.
가끔 답답함에 활자와 목소리로 베일을 벗겨버리고 싶지만 상대가 받을 수치심을 생각해서 조용히 있는다.
생각을 들키지 않는 법은 생각을 멈추는 법이다.
내 부끄러운 생각들은 들키지 않았으면! 모두 바보가 되어줘.
4. 외로움을 많이 타던 성격이었는데, 근래 많이 변했다.
좋은 사람들은 참 많다.
단지 나라는 톱니바퀴의 모양이 조금 희귀하게 생기고, 유난히 빠르게 돌아가서, 다른 톱니와 맞대 볼 기회가 잘 없다고 생각한다.
모양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상대 회전수와 비슷한 속도로 돌아야한다.
톱니 모양은 서로 일치할 필요는 없다. 완벽히 같다면 서로 아주 빠른 속도로 돌아갈 수 있을 뿐.
서로 틀린 구석이 많다면 천천히 돌아가며 서로의 톱니를 매일매일 마모시키며 맞춰간다.
완벽한 관계는 없다. 하지만 건강한 관계는 있다.
나 혼자만 상대에게 맞추기 위해 마모되며 스스로를 잃을 수도 있고 서로 맞춰갈 수도 있고. 방법은 많다.
가끔 잘 맞겠다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가끔 먼저 다가가고 싶지만, 지금은 약간의 마모도 싫다.
맞대 보지도 않고 마주 보고 서로 빙빙 헛도는 모습이 웃기다. 상대방도 나도 맞댈 생각은 안 한다. 상처 많은 사람.
하기 싫은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서로 같은데 상호보완적 관계가 되는 게 신기하다. 병적인 관계.
이상적 상호보완적 관계는 나와 다른 '타인'이 주는 것.
꽤 일방적인 주장.
5. 카페인 줄이고 있다. 뇌를 너무 쥐어짜는 요즘.
6. 언제나 직설적인 게 좋다. 직설적이지 않다면 차라리 침묵을 선택한다. 솔직함과는 다르다.
7. 가끔 사고 과정이 독특한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 대화에서 갑자기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 나도 매끄럽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일에 자신은 없지만, 대화라는 고난도 사교 활동에서는 약간의 흩트려진 집중력도 상대의 기분을 망가트릴 수 있는데. 대화의 흐름을 무시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이런 중구난방 튀는 대화도 참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오히려 내가 눈치 본다.
나는 아무 때나 붙잡고 별자리 이야기 세 시간 해도 좋아하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 그냥 이런 사람들 보면 신기하다는 게 요점.
8. 지하철이랑 버스에서 꼭 책을 읽으려 한다. 이동시간이 너무 아까워. 무언가 제대로 된 일을 하기에는 환경과 시간이 제한적이다. 편하게 앉아서 인스타그램 릴스나 보기 딱 좋은 시간. 하지만 참고 책 한쪽이라도 더 읽어보려 노력 중이다.
9. 잠은 참 신기하다. 앉아서 공부하려 하면 쏟아진다. 정말 얄밉다!
10. 주변인들은 내가 바빠서 연애를 못한다고 말한다. 사실 그냥 못하는 건데!
11. 우습다. 나는 오랜 시간 스스로를 대중에서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닐까 의심했다.
성인이 되고 내가 정말 대중에서 떨어진 존재임을 확신했다.
특별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그냥 동떨어진 느낌.
12.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은 참 쉽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